일반의약품(OTC) 업무를 하다 보면 요즘 약국가에서 가장 뜨거운 키워드가 '창고형 약국'이라는 걸 자연스럽게 체감하게 됩니다. 대형 마트처럼 쇼핑 카트를 끌고 다니며 상비약과 영양제를 담는 이 새로운 약국 형태가, 그동안 국회와 복지부의 규제 정중앙에 서 있었죠. 그런데 바로 어제(8월 26일), 관련 법안이 마침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오늘은 이 소식을 포함해 창고형 약국을 둘러싼 규제 흐름을 실무 관점에서 정리해보겠습니다.

속보부터 - '창고·공장' 명칭, 이제 못 씁니다
먼저 가장 중요한 소식입니다. 8월 26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남인순 의원이 대표발의한 약사법 개정안, 이른바 '약국 명칭 제한법'을 의결했습니다.
- 이 법은 약국 명칭을 통해 소비자가 의약품을 일반 상품처럼 인식하거나 과도한 구매를 하도록 유도하는 것을 막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 '창고'나 '공장' 등 의약품을 대량으로 취급하는 이미지를 주는 표현, 이와 유사한 의미의 외국어, 소비자나 환자가 의약품을 남용하게 할 우려가 있는 표시를 약국 고유 명칭으로 쓸 수 없게 됩니다
- 구체적으로 어떤 표현이 금지될지는 보건복지부령(하위법령)에서 정하게 됩니다
즉, 법 자체는 '포괄적 금지 근거'만 세워둔 것이고, 실제 규제 대상 표현의 윤곽은 앞으로 나올 시행규칙에서 확정됩니다. 이 부분은 뒤에서 더 짚겠습니다.
창고형 약국, 1년 만에 40곳으로 폭증했습니다
왜 이런 법까지 만들어졌는지 배경부터 보겠습니다.
- 2025년 6월 경기도 성남에 국내 첫 '메가팩토리'가 문을 연 이후, 2026년 6월 기준 전국에 약 40곳의 창고형 약국이 생겼습니다
- 대형 마트처럼 쇼핑 카트로 일반의약품·건강기능식품을 자유롭게 담아 구매하는 시스템에, 늦은 시간까지 운영하고 가격 경쟁력도 높아 '약국계 코스트코'로 불리며 인기를 얻었습니다
- 약사회가 2026년 4월 전국 535개 약국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는 응답자의 81.6%가 창고형 약국 문제가 '심각하다'고 답했고, 영양제(72.8%)·상비약(53.3%) 등의 매출 감소를 경험했다고 응답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싸고 편한데, 동네 약국 입장에서는 매출이 직접 빠지는 구조라 갈등이 첨예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규제의 두 축을 나눠서 봐야 합니다
창고형 약국 규제는 사실 성격이 다른 두 개의 법안으로 굴러왔습니다. 이걸 섞어서 이해하면 헷갈리니 나눠서 정리하겠습니다.
① 네트워크 약국 금지법 (운영 차단) — 통과·11월 시행
- 서영석 의원이 2025년 9월 발의한 개정안으로, 약사 또는 한약사가 둘 이상의 약국을 개설·운영하지 못하도록 명확히 규정하는 내용입니다. 2026년 4월 23일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 종전의 "하나의 약국만을 개설할 수 있다"는 규정을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약국을 개설하거나 운영할 수 없다"로 강화했고, 5월 26일 개정되어 11월 12일부터 시행됩니다
- 핵심은 '개설' 명의뿐 아니라 '운영'까지 금지 대상에 넣었다는 점입니다. 앞으로 창고형 약국이 체인화·프랜차이즈화되거나 외부 사업자가 자금·인력·상품 구성·가격정책을 사실상 통제하는 경우, 누가 실질적 운영자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큽니다
② 약국 명칭 제한법 (이미지 규제) — 8월 26일 본회의 통과
- 남인순 의원이 2025년 10월 대표발의한 개정안으로, 의약품을 남용하게 만들 우려가 있는 표시를 약국 명칭으로 쓰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 2026년 4월 29일 보건복지위원회, 7월 29일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8월 26일 국회 본회의를 최종 통과했습니다
- 시행 시점은 당초 '공포 후 6개월'에서 심사 과정을 거쳐 '공포 후 3개월'로 단축됐습니다. 이미 유사 명칭을 쓰거나 준비 중인 약국이 있는 상황에서 유예기간이 너무 길면 법 시행 전에 문제 명칭으로 개설할 여지가 생긴다는 점을 고려한 것입니다
참고로 이번 명칭 제한법 통과는 '네트워크약국 금지법', 비대면진료 플랫폼의 도매상 겸업을 제한하는 '닥터나우 방지법'에 이은 것으로, 최근 약사 관련 입법이 잇따라 마무리되는 흐름 속에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표현을 못 쓰게 되나
법률이 '창고형'을 콕 집어 금지한 게 아니라 포괄 근거만 두고 구체 표현은 복지부령으로 넘겼기 때문에, 실제 규제 대상은 시행규칙이 확정돼야 명확해집니다. 다만 방향성은 이미 여러 차례 드러났습니다.
-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법사위에서 "'팩토리'와 '창고형', '최다·최고' 같이 국민을 혼동시킬 수 있는 명칭을 쓰는 약국이 있어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 지난해 11월 복지부가 입법예고했던 약사법 시행규칙 개정안이 다시 주목받고 있는데, 여기엔 객관적 근거 없이 '최대', '최고', '최초' 같은 표현을 약국 고유명칭으로 쓰지 못하게 하는 신설 규정이 담겨 있습니다
- 현행법도 이미 의약품 품목허가자나 도매상 영업소로 오인하게 할 명칭, 특정 의약품·질병을 전문 취급한다고 암시하는 표시, 의료기관과 혼동할 우려가 있는 표시 등은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번 개정은 여기에 '오남용 유도' 축을 새로 추가한 셈입니다
한 가지 짚어둘 건, 이번 입법의 핵심이 창고형 약국이라는 업태 자체를 막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대형 매장이나 저가 판매를 금지하기보다, 소비자를 오인시키거나 의약품 과다 소비를 유도할 수 있는 표시·광고를 규제할 법적 기반을 마련하는 데 있습니다. 앞으로는 '창고형'·'공장형' 같은 표현뿐 아니라 과도한 할인 효과를 강조하는 문구, 대량구매를 유도하는 판촉 방식이 어떤 기준으로 제한될지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입니다.
기존 약국은 간판을 당장 바꿔야 하나
이 부분이 실무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질문일 텐데요, 다행히 경과기간이 있습니다.
- 현재 사용 중인 명칭이 복지부가 마련하는 제한 대상에 포함되면, 시행일부터 6개월의 경과기간이 주어지므로 이 기간 안에 명칭 변경 등의 조치를 하면 됩니다
- 법 시행 전이라도 쓸 수 없는 표현에 대해서는 시·군·구 보건소를 통해 행정지도를 실시하도록 하는 부대의견이 반영됐습니다. 규제 공백기의 현장 혼선을 줄이려는 취지입니다
정리하면, 공포 후 3개월 뒤 법이 시행되고, 이미 문제 명칭을 쓰던 약국은 거기에 더해 6개월의 정비 기간을 갖는 구조입니다.
현장의 반응은 엇갈립니다
- 대한약사회는 이번 본회의 통과에 대해 환영 입장을 냈습니다
- 반면 메가팩토리 측은 앞서 "창고형 약국 명칭을 '미니'로 변경한다고 해서 본질이 바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규제가 본질적인 구매 방식 변화를 막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을 내비쳤고, 2026년 하반기 3호점 개설 등 확장 계획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 실제로 법사위 통과 바로 다음 날, 서울 강동역 인근에 '창고형 약국'을 전면에 내건 대형 약국이 영업을 시작하기도 했습니다. 법이 시장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는 장면이었죠
정리하면, 창고형 약국 규제는 '운영 주체를 조이는 네트워크 약국 금지법(11월 12일 시행)'과 '이미지를 조이는 명칭 제한법(8월 26일 본회의 통과)'이 양 갈래로 완성 단계에 들어섰습니다. 명칭 규제는 상징적 의미가 크지만, 진짜 승부처는 결국 돈의 흐름과 실질적 판매 주체가 누구냐, 그리고 앞으로 나올 시행규칙이 할인·대량판매 유도 행위를 어디까지 잡아낼 것이냐에 달려 있습니다. OTC·건기식 매대 전략을 짜는 입장에서도, 곧 마련될 복지부령 세부안은 반드시 챙겨봐야 할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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