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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10. 5. 18:33 제약 관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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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의약품(OTC) 업무를 하다 보면 해외 출장이나 여행 중에 드럭스토어를 지날 때마다 묘한 기시감이 드는 순간이 있습니다. 일본 편의점 냉장고에 박카스와 꼭 닮은 갈색 병이 서 있고, 프랑스 약국 진열대에는 겔포스처럼 생긴 짜 먹는 위장약이 걸려 있죠. 그때마다 동행한 지인들이 묻습니다. "어? 이거 한국 약 베낀 거야?" 그런데 사실은 정반대인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가 '토종 국민 약'이라고 굳게 믿어온 제품 중 상당수가, 원래는 해외에 먼저 있던 약을 들여오거나 참고해서 만든 제품이거든요. 그리고 그 한국판이 원조보다 훨씬 유명해지면서, 지금은 오히려 한국 제품이 '오리지널'처럼 인식되고 있습니다. 오늘은 머리 식힐 겸, 원조보다 유명해진 국산 OTC TOP 5를 실무자 시선으로 뜯어보겠습니다.

※ 이 글은 특정 제품이나 회사를 폄하하거나 '표절'로 단정하려는 글이 아닙니다. 1960~70년대 국내 제약산업은 해외 기술 도입과 벤치마킹으로 성장한 시기였고, 여기 소개하는 제품 중 상당수는 정식 기술제휴를 거쳐 탄생했습니다. 순위는 '원조의 존재가 국내에 얼마나 덜 알려져 있는가'를 기준으로 한 필자의 내맘대로 정해본 주관적 선정입니다.



먼저, '카피'라고 다 같은 카피가 아니다 — 세 가지 유형부터 나누자

본론에 앞서 짚어둘 게 있습니다. 흔히 "한국 약이 일본 약 베꼈다"고 뭉뚱그려 말하지만, 실제로 들여다보면 탄생 방식이 꽤 다릅니다. 크게 세 갈래로 나눌 수 있습니다.

  • ① 모방(벤치마킹)형: 해외에서 히트한 제품의 콘셉트·성분 구성·포장을 참고해, 별도의 계약 없이 독자 브랜드로 만든 경우입니다. 오늘 TOP 5 중 '원조 논란'이 가장 뜨거운 유형이죠
  • ② 기술제휴(라이선스)형: 해외 제약사와 정식 계약을 맺고 제조 기술을 들여와 국내 브랜드로 출시한 경우입니다. 엄밀히 말해 '카피'가 아니라 정통성을 가진 한국판에 가깝습니다
  • ③ 원료·성분 도입형: 해외에서 먼저 개발된 성분을 들여와 국내 제약사가 제형과 브랜드를 새로 입힌 경우입니다

이 구분을 머릿속에 넣어두면, 같은 '원조 논란'이라도 결이 전혀 다르다는 게 보입니다. 한눈에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순위 국내 제품 (회사, 출시) 해외 원조 (국가, 회사) 유형
1 박카스 (동아제약, 1961/드링크 1963) 리포비탄D (일본, 다이쇼제약) 모방형 논란
2 겔포스 (보령, 1975) 포스파루겔 (프랑스, 비오테락스) 기술제휴형
3 우루사 (대웅제약, 1961) 우르소 (일본, 다나베 계열) 원료·성분 도입형
4 아로나민 (일동제약, 1963) 알리나민 (일본, 다케다) 모방형 논란
5 정로환 (동성제약, 1972) 세이로간 (일본, 다이코신약) 기술제휴형

TOP 1. 박카스 — 원조 논란의 끝판왕, 일본 '리포비탄D'

'국민 피로회복제' 하면 누구나 박카스를 떠올립니다. 그런데 일본 여행을 다녀온 분이라면, 편의점 냉장고에서 '리포비탄D(リポビタンD)'라는 갈색 병 드링크를 보고 고개를 갸웃한 경험이 있을 겁니다.

  • 출시 시점: 박카스는 1961년 알약(박카스 정)으로 처음 나왔지만 당의정이 녹는 문제로 대량 반품을 겪었고, 1962년 앰플 형태를 거쳐 1963년 8월 지금의 드링크 형태로 자리 잡았습니다. 일본 다이쇼제약의 리포비탄D는 1962년 드링크로 출시된 제품입니다
  • 닮은 점: 갈색 소형 유리병, 타우린을 주성분으로 한 자양강장 드링크라는 콘셉트, 'D(Drink)'라는 이름 끝자리까지 닮아 있습니다. 이 때문에 박카스는 출시 초부터 리포비탄D와 비교되곤 했죠
  • 원조 논란이 재점화된 계기: 2018년 동아제약이 삼성제약 '박탄'을 상대로 박카스 표절을 주장하며 가처분을 냈다가 법원에서 기각된 일이 있었습니다. 이때 온라인에서는 오히려 "박카스야말로 리포비탄 표절 아니냐"는 역풍이 불었죠. 동아제약 측은 처음에 다이쇼제약과 협업해 출시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가, 1960년대 일이라 확인이 어렵다고 입장을 바꾸기도 했습니다
  • 그래도 '한국 오리지널'이 된 이유: 강신호 명예회장이 독일 유학 시절 본 술의 신 '바커스' 석고상에서 이름을 따왔고, 1960년대 코미디언 김희갑 CM송부터 '진짜 피로회복제는 약국에 있습니다', '풀려라 5천만'까지 이어진 공익형 광고가 브랜드를 완전히 한국화했습니다. 2015년에는 국내 제약사 단일품목 최초로 연매출 2,000억 원을 넘겼고, 누적 판매량은 240억 병을 넘어섰죠

정리하면, 박카스는 콘셉트의 뿌리를 두고 논쟁이 있지만 브랜드는 100% 한국에서 만들어진 케이스입니다. 리포비탄D가 한국에 본격 진출하지 않았다는 점도, 국내 소비자에게 '비교 대상 자체가 없는' 상황을 만들어줬습니다.


TOP 2. 겔포스 — 프랑스 '포스파루겔'을 한국의 국민 위장약으로

"속쓰림엔 역시 겔포스"로 유명한 노란 짜 먹는 위장약, 겔포스는 사실 프랑스 태생입니다. 다만 앞의 박카스와 달리, 정식 기술제휴를 거친 '정통 한국판'이라는 점이 결정적 차이입니다.

  • 탄생 배경: 보령 창업주 김승호 회장이 해외 출장 중 프랑스 비오테락스(Biotherax)의 짜 먹는 위장약 '포스파루겔(Phosphalugel)'에 주목했고, 약 1년의 교섭 끝에 1972년 3월 기술제휴를 체결했습니다
  • 신중한 3년: 계약 후 바로 출시하지 않고 기술 도입·검증에만 3년을 들여 1975년 6월 본격 생산에 들어갔습니다. 이름은 현탁액을 뜻하는 '겔(Gel)'과 강력한 제산 효과를 뜻하는 '포스(Force)'를 합친 겁니다
  • 한국화의 핵심, 광고: 1970년대 '위장에 평화를', '주머니 속의 위장약', 1980년대 수사반장 출연진을 내세운 '위장병 잡혔어', 1990년대 '속쓰림엔 역시 겔포스'까지 이어진 광고로 '거리에 나가면 겔포스 포장지가 발에 차인다'는 말이 돌 정도였습니다
  • 원조를 넘어 역수출까지: 겔포스는 1992년 '포스겔(Phosgel)'이라는 이름으로 국내 일반의약품 최초로 중국에 진출했고, 중국 인산알루미늄 제산제 시장의 약 80%를 점유할 만큼 자리를 잡았습니다. 2000년에는 시메치콘 등을 더해 조성물 특허를 받은 겔포스엠으로 진화했고요

겔포스의 시사점은 분명합니다. 라이선스로 들여온 제품도 현지화와 후속 개량을 거치면 원조를 뛰어넘는 독자 브랜드가 될 수 있다는 것이죠. 한국 소비자 대부분이 '포스파루겔'이라는 이름을 모르는 것도 그 증거입니다.


TOP 3. 우루사 — 일본 '우르소'에서 온 이름, 회사 이름까지 바꾼 약

"간 때문이야~"로 각인된 우루사는 아예 회사 이름까지 바꿔버린 브랜드입니다. 그런데 그 이름의 뿌리를 따라가면 일본에 닿습니다.

  • 성분의 원조: 우루사의 주성분은 UDCA(우르소데옥시콜산)입니다. 원래 곰 쓸개(웅담)의 핵심 성분으로 알려졌는데, 일본에서 먼저 추출과 화학적 합성이 이뤄졌고 195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인 의약품화와 임상 연구가 진행됐습니다. 일본에서는 이 성분의 대표 브랜드가 '우르소(ウルソ, Urso)'입니다. '우루사'라는 이름이 어디서 왔는지 짐작이 가시죠
  • 1961년 국내 출시: 대웅제약의 전신인 대한비타민사가 1961년 UDCA 원료를 일본에서 들여와 우루사를 선보였습니다. 일본 다나베와의 기술협력으로 시작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 실패에서 독자 제형으로: 초기 정제형 우루사는 혀에 닿기만 해도 쓴맛이 강해 소비자에게 외면받았습니다. 이후 10여 년의 개발 끝에 1974년 연질캡슐로 재탄생하면서 반전이 시작됐죠. 이 연질캡슐이 지금 우리가 아는 우루사의 정체성입니다
  • 회사 이름이 된 약: 우루사의 인기에 힘입어 1978년, 대한비타민사의 '대'와 우루사의 상징인 곰 '웅(熊)'을 합쳐 사명을 '대웅제약'으로 바꿨습니다. 제품이 회사를 만든 셈입니다

우루사는 원료와 이름의 출발점은 일본이지만, 제형 혁신(연질캡슐)과 '피로=간' 프레임의 광고 전략으로 독자 브랜드를 구축한 케이스입니다. 일본 우르소가 주로 처방약으로 쓰이는 것과 달리, 한국에서는 일반의약품 '피로회복제'로 대중화됐다는 점도 큰 차이죠.


TOP 4. 아로나민 — 일본 '알리나민'과 이름도, 성분 변천사도 닮은 국민 영양제

일본 드럭스토어에서 쇼핑 리스트에 자주 오르는 '아리나민(アリナミン, 알리나민)'을 처음 본 한국인이라면 이름에서 한 번, 효능 설명에서 또 한 번 놀랍니다. 아로나민과 너무 닮았거든요.

  • 원조: 다케다의 알리나민은 1954년 일본에서 출시된 활성비타민 B1 제제로, 지금까지 65년 넘게 팔리고 있는 일본의 대표 피로 영양제입니다
  • 아로나민의 출시: 일동제약은 1963년 9월 아로나민을 국내 최초의 활성비타민제로 발매했습니다
  • 성분 변천사까지 판박이: 아로나민의 첫 제품에 쓰인 비타민 B1은 프로설티아민이었고, 이후 개량형인 푸르설티아민으로 바뀌었습니다. 알리나민 역시 프로설티아민으로 시작해 푸르설티아민으로 진화한 계보를 갖고 있죠. 이름, 콘셉트, 성분의 진화 방향까지 같은 길을 걸은 겁니다
  • 한국화의 결정타: 1966년 세계 챔피언 김기수 선수의 타이틀전에서 라운드보드 뒷면에 아로나민 광고를 새겨 TV 화면에 클로즈업되게 만든 마케팅은 지금도 전설로 남아 있습니다. 2017년에는 연매출 741억 원으로 국내 일반의약품 시장 1위에 오르기도 했고요

아로나민은 '알리나민의 한국판'이라는 출발점에도 불구하고, '아로나민 골드', '씨플러스', '케어' 시리즈처럼 한국 소비자 맞춤형 라인업 확장으로 독자 생태계를 만든 사례입니다. 오히려 요즘은 일본 여행에서 알리나민을 사 오는 한국인이 "아로나민 일본판"이라고 부를 정도죠.


TOP 5. 정로환 — 일본 '세이로간'의 한국판, 이제는 성분까지 달라졌다

특유의 강한 냄새로 기억되는 동성 정로환은 TOP 5 중 원조의 존재가 그나마 알려진 편이라 5위에 올렸습니다. 그래도 "정로환은 한국 약"이라고 아는 분이 여전히 많죠.

  • 원조의 기원: 정로환은 러일전쟁 당시 일본이 자국 군대의 설사병을 막기 위해 만든 지사제입니다. 당시 이름은 '러시아를 정벌한다'는 뜻의 '征露丸'이었는데, 이후 외교적 문제를 의식해 '正露丸(세이로간)'으로 한자를 바꿨습니다. 현재 일본에서는 다이코신약의 나팔 마크 세이로간이 대표 제품입니다
  • 한국판의 탄생: 동성제약 고 이선규 회장이 직접 일본으로 건너가 다이코신약으로부터 제조 기술을 전수받았고, 1972년 '동성 정로환'으로 국내에 출시했습니다. 정식 기술 도입을 거친 기술제휴형인 셈입니다
  • 원조와 갈라선 성분: 오리지널 세이로간의 핵심은 목(木) 크레오소트입니다. 그런데 크레오소트를 둘러싼 안전성 논란이 이어지자, 동성제약은 2019년 주성분을 구아야콜로 바꾸고 황백엑스산 등 생약을 더한 '정로환 에프'로 리뉴얼했습니다. 이제는 이름만 같고 처방은 다른 '독자 제품'이 된 거죠
  • 역주행과 역수출: 리뉴얼 후 매출은 2020년 50억 원에서 2023년 100억 원을 돌파했고, 베트남·캄보디아·중국 등으로 수출 영역을 넓히고 있습니다

정로환 사례에서 눈여겨볼 지점은 '원조와의 차별화가 오히려 성장 동력이 됐다'는 점입니다. 원조를 그대로 따라가는 대신, 시대 변화(세균성 설사 감소, 스트레스성 위장질환 증가)에 맞춰 효능을 '건위·정장제'로 재정의한 게 주효했습니다.


번외 — 용각산·후시딘·마데카솔도 사실은 '해외파'

TOP 5에는 넣지 않았지만, 알고 보면 놀라운 해외파 제품들도 짧게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 용각산: "이 소리가 아닙니다~"로 유명한 기침·가래약 용각산은 일본 '류카쿠산(龍角散)'이 원조입니다. 보령이 1년여 설득 끝에 1966년 12월 기술제휴를 맺고 들여왔죠. 겔포스와 함께 보령의 OTC 양대 기둥이 해외 기술제휴에서 출발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 후시딘: '상처엔 후시딘'으로 알려진 동화약품의 연고는 덴마크 레오파마의 항생제 연고 '푸시딘(Fucidin)'을 도입한 제품입니다
  • 마데카솔: 동국제약의 대표 상처치료제 마데카솔 역시 프랑스에서 개발된 센텔라아시아티카(병풀) 추출물 제제를 도입해 국내에 선보인 경우입니다. 지금은 이 성분을 확장한 '마데카 크림'까지 화장품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뒀죠

이렇게 보면 1960~70년대 국내 OTC 시장의 '국민 브랜드'는 상당수가 해외 기술 도입에서 출발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당시 국내 제약산업의 현실을 감안하면 자연스러운 흐름이었죠.


왜 '한국판'이 '원조'를 이겼나 — 4가지 공통점

다섯 제품을 나란히 놓고 보면, 원조를 넘어선 공통 공식이 보입니다.

  • ① 원조가 한국에 들어오지 않았다: 가장 단순하지만 가장 결정적인 이유입니다. 리포비탄D, 알리나민, 세이로간, 포스파루겔 모두 한국 시장에 본격 진출하지 않았습니다. 비교 대상이 없으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한국 제품이 곧 '그 카테고리의 원조'가 된 겁니다
  • ② 한국인에게 맞춘 현지화: 박카스는 알약 → 앰플 → 드링크로, 우루사는 쓴 정제 → 연질캡슐로, 정로환은 크레오소트 → 구아야콜로 바뀌었습니다. 원조를 그대로 옮기지 않고 한국 소비자 반응에 맞춰 끊임없이 고쳤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 ③ 시대를 장악한 광고: 김희갑 CM송(박카스), 김기수 타이틀전(아로나민), 수사반장(겔포스), "간 때문이야"(우루사)까지. 각 시대의 가장 강력한 매체와 얼굴을 선점해 브랜드를 '국민 기억'으로 만들었습니다
  • ④ 이름의 한국화: '박카스', '겔포스', '우루사'는 원조 이름과 다르거나 한국어 발음에 맞게 다듬어졌습니다. 소비자는 성분이 아니라 이름으로 약을 기억하기 때문에, 이름이 한국화되는 순간 '국적'도 한국으로 바뀝니다


실무자 입장에서 정리하는 포인트

재미로 시작한 이야기지만, OTC 실무자에게는 곱씹어볼 대목이 꽤 많습니다.

  • 브랜드 자산은 성분이 아니라 '기억'이 만든다: TOP 5 중 성분이 독점적인 제품은 거의 없습니다. 같은 타우린, 같은 UDCA, 같은 푸르설티아민 제품이 수십 개씩 나와 있어도 1위는 바뀌지 않죠. 결국 OTC의 경쟁력은 '누가 먼저, 누가 오래 소비자 머릿속에 자리 잡았느냐'에서 갈립니다
  • 라이선스 품목은 계약 구조를 반드시 점검하라: 겔포스·정로환·용각산처럼 기술제휴로 출발한 브랜드는, 상표권과 제조 노하우의 귀속, 계약 종료 시 브랜드 사용권 같은 조건이 장기 사업의 생명줄입니다. 도입 품목을 키울수록 '키운 브랜드가 누구 것인가'를 초기 계약에서 명확히 해둬야 합니다
  • '원조'·'최초'·'오리지널' 표현은 광고 심의 리스크다: 이런 역사를 마케팅 소재로 쓰고 싶은 유혹이 생기지만, 의약품 광고에서 객관적 근거 없는 최상급·최초 표현이나 소비자 오인 우려가 있는 표현은 심의에서 걸리기 쉽습니다. 헤리티지 마케팅을 할 때는 연도·사실관계를 증빙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표현을 설계해야 합니다
  • 현지화와 개량이 곧 '역수출'의 열쇠다: 겔포스는 중국에서, 정로환은 동남아에서 '한국 약'으로 팔리고 있습니다. 원조를 그대로 옮긴 제품이 아니라, 한국에서 개량을 거친 제품이기에 가능한 일이죠. 장수 브랜드의 리뉴얼은 국내 매출 방어를 넘어 해외 진출의 발판이 될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박카스·겔포스·우루사·아로나민·정로환은 모두 해외에 원조나 뿌리가 있지만, 지금 한국 소비자에게는 의심의 여지없는 '오리지널'입니다. 박카스와 아로나민처럼 일본 제품과의 유사성으로 원조 논란이 따라붙는 경우도 있고, 겔포스와 정로환처럼 정식 기술제휴를 거친 정통 한국판도 있으며, 우루사처럼 해외 성분을 들여와 제형과 브랜드를 새로 입힌 경우도 있죠. 탄생 방식은 달라도 이들이 원조를 넘어선 공식은 같았습니다. 원조가 들어오지 않은 시장을 먼저 선점했고, 한국인에 맞게 끊임없이 고쳤으며, 각 시대를 대표하는 광고로 '국민 기억'을 만들었다는 것. 다음에 일본 드럭스토어에서 리포비탄D나 알리나민을 마주친다면, "이거 한국 약 따라 한 거 아니야?" 대신 "아, 이게 그 원조구나" 하고 한 번쯤 다시 보시길. 우리가 아는 국민 약들의 이력서가 조금 다르게 보일 겁니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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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최오리
2026. 10. 4. 18:43 제약 관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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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의약품(OTC) 업무를 하다 보면 전문의약품 이야기는 한 발 떨어져서 듣게 되는데, 요즘은 예외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마운자로'입니다. 회사 동료, 친구, 심지어 부모님 단톡방에서까지 "일본 가서 사 오면 반값이래"라는 말이 돌 정도니까요. 온라인에서는 일본에서 산 마운자로를 '스시자로', 국내 구매품을 '김치자로'라고 부르는 은어까지 생겼습니다. 게다가 지난 8월 일본 정부가 마운자로 약가를 25%나 더 내리면서 한·일 가격 차이는 오히려 더 벌어졌죠. 그렇다면 정말 일본에서 사는 게 이득일까요? 오늘은 같은 약인데 왜 가격이 이렇게 다른지, 실제로 얼마나 차이 나는지, 그리고 '사 오는 방법'이 법적으로 어디까지 가능한지를 실무 관점에서 차근차근 뜯어보겠습니다.

※ 이 글은 특정 구매 방식을 권유하거나 특정 제품을 광고하려는 글이 아닙니다. 마운자로는 의사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이며, 투약 여부와 용량은 반드시 의료진과 상의해야 합니다. 가격은 기사·고시 시점 기준이며 환율과 의료기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먼저, 마운자로가 뭔가 — 성분과 국내 출시 현황부터 짚자

개념부터 가볍게 정리하겠습니다.

  • 마운자로(Mounjaro)의 성분명은 터제파타이드(tirzepatide)입니다. 일라이릴리가 개발했고, 원래는 2형 당뇨병 치료제로 먼저 허가받은 약이죠. 주 1회 피하주사로 맞습니다
  • 위고비(세마글루티드)가 GLP-1 한 가지 경로에 작용한다면, 마운자로는 GLP-1과 GIP 두 가지 호르몬 수용체에 동시에 작용하는 '이중 작용제'라는 점이 차별점입니다. 일본에서 약가를 매길 때도 이 점을 인정받아 세마글루티드 대비 10%의 가산을 받았습니다
  • 국내에는 2025년 8월 정식 출시됐습니다. 식약처 허가 기준상 체중 관리 목적 처방은 BMI 30 이상, 또는 BMI 27 이상이면서 고혈압·당뇨·이상지질혈증 같은 동반질환이 있는 성인이 대상입니다

정리하면, 마운자로는 한국과 일본에서 '완전히 같은 제품'입니다. 한국릴리 측도 양국에서 팔리는 제품이 동일하다고 밝혔죠. 그런데 가격은 최대 몇 배씩 차이가 납니다. 이제 그 이유를 보겠습니다.


같은 약, 왜 가격이 다를까 — 핵심은 '급여 vs 비급여'

한·일 가격 차이의 뿌리는 딱 하나, 약값을 누가 정하느냐입니다.

  • 일본 — 정부가 정하는 '공정약가': 일본은 마운자로를 2형 당뇨병 치료제로 허가하면서 출시 때부터 건강보험 급여 의약품으로 등재했습니다. 후생노동성 산하 중앙사회보험의료협의회(중의협)가 약가를 결정하는데, 이렇게 정해진 공정약가가 사실상 시장 가격의 '기준선'이 됩니다. 그래서 비만 목적으로 보험 없이(자유진료) 처방받더라도 약값이 상대적으로 낮게 형성되는 겁니다
  • 한국 — 제약사가 정하는 '비급여 가격': 국내에서 마운자로는 비급여 의약품입니다. 건강보험공단은 비급여 의약품에 대해 약가 협상을 하지 않기 때문에, 제약사가 공급가를 자율적으로 정하고 도매·병원·약국이 각자 마진을 붙여 최종 소비자가가 결정됩니다. 복지부 관계자도 비급여는 정부 통제 밖이라는 취지로 설명했죠
  • 공급가는 '깜깜이': 심평원은 제약사로부터 비급여 의약품 공급 내역을 받고 있지만, 공급가 자체는 정보공개법상 비공개 대상이라 소비자가 비교해볼 방법도 마땅치 않습니다
  • 제약사는 "인하 계획 없다": 한국릴리 측은 국가별 가격이 각국의 보험 제도·시장 상황·유통 구조를 종합해 결정된다며, 한국 시장에서 가격을 내릴 계획은 없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여기에 엔저까지 겹치면서 한국 소비자가 체감하는 차이는 더 커졌습니다. 결국 이 가격 차이는 약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건강보험 제도 안에 들어가 있느냐, 밖에 있느냐'의 차이라고 이해하면 정확합니다.


일본은 왜 또 내렸나 — 2026년 8월 '시장확대 재산정'으로 25% 인하

가격 차이가 올여름 들어 더 벌어진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 일본 정부는 2026년 8월부터 마운자로 공정약가를 약 25% 인하했습니다
  • 근거는 후생노동성의 '시장확대 재산정(지속가능성 특례 가격조정)' 제도입니다. 신약이 예상보다 훨씬 많이 팔려 시장 규모가 커지면, 건강보험 재정을 지키기 위해 약가를 다시 매기는 장치죠. 출시 때 한 번 정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연 4회 재검토를 거칩니다
  • 마운자로는 일본 내 연간 판매액이 1,000억 엔을 넘어서면서 재산정 요건에 걸렸습니다. 많이 팔렸기 때문에 오히려 약값이 내려간 것입니다

재미있는 건 일본릴리의 반응입니다. 일본릴리는 일본의 마운자로 약가가 비슷한 경제 규모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이 됐다며, 낮은 약가가 부적절한 사용이나 해외 의료관광, 사재기·재판매 위험을 키울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습니다. '스시자로' 현상이 일본 현지에서도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는 뜻이죠.


그래서 얼마나 차이 나나 — 용량별 가격 비교

숫자로 보겠습니다. 일본은 공정약가를 펜 1개(1주분) 단위로 고시하기 때문에, 국내와 같은 4주분(4펜)으로 환산해 비교했습니다.

용량 일본 공정약가 (1펜, 2026.8~) 일본 4주분 환산 한국 의료기관 구입단가 (4주분) 차이
2.5mg 1,443엔 약 5.1만 원 약 27.8만 원 약 5.4배
5mg 2,886엔 약 10.2만 원 약 36.9만 원 약 3.6배
7.5mg 4,329엔 약 15.4만 원 약 52.1만 원 약 3.4배
10mg 5,772엔 약 20.5만 원 약 52.1만 원 약 2.5배

※ 일본 가격은 중의협 고시 약가(엔화 환산은 기사 기준 약 8.9원/엔), 한국 가격은 경향신문이 입수한 국내 의료기관 구입단가(2026년 6월 보도) 기준

표만 보면 "무조건 일본이 싸다"는 결론이 나오지만, 여기엔 반드시 짚어야 할 함정이 두 가지 있습니다.

  • 함정 ① 관광객은 '공정약가'로 못 산다: 위 일본 가격은 보험 약가 기준표입니다. 한국인 관광객은 일본 건강보험 가입자가 아니므로 자유진료(비보험) 클리닉 가격을 내야 하고, 여기에는 진료비·클리닉 마진이 붙습니다. 실제로 약가 인하 전 보도를 보면 클리닉마다 차이는 있지만 2.5mg 4주분이 2만 엔 안팎 수준이었습니다. 즉, 체감 가격 차이는 표보다 줄어듭니다
  • 함정 ② 한국 가격도 '구입단가'다: 반대로 한국 쪽 숫자는 의료기관이 사들이는 단가라, 실제 소비자가는 병원·약국 마진에 따라 이보다 높을 수 있습니다. 이른바 '성지'로 불리는 종로5가 약국가에서도 2.5mg 4주분이 약 29만 원 수준이라는 보도가 있었죠
  • 참고로 12.5mg·15mg 고용량은 일본에선 판매되지만 국내에는 아직 출시되지 않은 상태라(5월 보도 기준), 고용량 수요가 원정을 부추기는 요인으로도 꼽힙니다


'스시자로' 원정은 실제로 어떻게 이뤄지나

보도된 내용을 기준으로, 원정 구매가 어떤 구조로 돌아가는지 정리해보겠습니다.

  • 진료: 일본 현지 클리닉을 직접 방문하거나, 비대면 진료 플랫폼에서 영상통화로 진료를 받습니다. 일부 업체는 한국어 상담·통역, 메신저 진료 등을 내세워 한국인 관광객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 수령: 처방 후 약은 호텔 프런트나 택배 영업소 등에서 받는 방식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 귀국: 문제는 바로 이 마지막 단계, 한국으로 들여오는 순간입니다

그리고 이 마지막 단계에서 모든 계산이 뒤집힙니다. 바로 다음 항목에서 보겠습니다.


가장 중요한 대목 — 한국으로 들여오는 건 '불법'이다

많은 분이 헷갈리는 지점부터 정리하겠습니다. 온라인에는 "일본 의사 처방전이 있으면 된다", "6병까지는 괜찮다" 같은 이야기가 돌고, 심지어 일부 일본 클리닉 안내글에도 '6개까지 반입 가능'이라고 적혀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마운자로에는 이 기준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관세청이 설명하는 해외 의약품 통관 규제는 크게 3단계입니다.

  • 1단계 — 일반 의약품: 본인 사용 목적이면 총 6병 또는 3개월 복용량까지 반입이 허용됩니다. 흔히 말하는 '6병 룰'이 바로 이것입니다
  • 2단계 — 오·남용 우려 의약품: 국내 의사 처방전이 있어야 통관이 가능합니다
  • 3단계 — 식약처 '유해 통보' 품목: 자가 사용 목적을 포함해 통관이 전면 금지됩니다

마운자로는 이 중 3단계입니다. 식약처는 2024년 10월 위고비·마운자로·삭센다 등 제품명을 특정해 관세청에 '유해 의약품'으로 통보했습니다. 이 때문에 '수입요건확인 면제추천서' 같은 정해진 요건을 갖추지 않으면 수량과 관계없이 통관이 보류되고 폐기됩니다. 식약처는 개인이 들여오는 제품은 진품 여부와 품질을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국민 건강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합니다.

그럼 '면제추천서'를 받으면 되지 않을까요? 이 제도는 원래 국내에 허가되지 않은 의약품을 환자 치료 목적으로 들여올 수 있게 한 통로입니다. 국내 진단서를 기준으로 시·도지사나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가 추천하는 구조죠. 제도 취지를 감안하면, 이미 국내에서 정상 판매 중인 마운자로를 '가격이 싸다'는 이유로 들여오는 데 활용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단속 현황도 숫자로 확인됩니다.

  • 비만치료제 불법 반입 적발 건수는 2024년 단 몇 건 수준에서 2025년 약 1,190건, 2026년 상반기에만 4,155건으로 폭증했습니다
  • 올 상반기 적발분의 약 85%는 국제우편에서 나왔고, 여행자 휴대품도 656건이었습니다. 8월까지 누적으로는 5,000건을 넘겼습니다
  • 적발 시 기본적으로 통관 보류 후 반송·폐기되며, 고의성·수량·경위에 따라 관세법상 밀수입으로 조사·처벌될 수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약사법상 자가사용 목적 반입을 제재할 별도 처벌 조항이 없어 사실상 압수·폐기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그래서 '통과하면 수십만 원 이득, 걸려도 약만 잃는다'는 도박 심리가 생긴다는 분석이죠. 하지만 법적으로 '불법'이라는 사실 자체는 변하지 않습니다.


[이미지 삽입 위치 ③: 통관 3단계 구조]

🎨 AI 이미지 생성 프롬프트 (Gemini / ChatGPT)
A flat vector minimalist infographic showing three horizontal lanes at an airport customs checkpoint, each lane represented by a simple gate icon. The first gate is open with a green check symbol, the second gate is half-open with a document icon beside it, the third gate is fully closed with a red barrier and a small shield icon. A generic suitcase icon approaches from the left. Clean muted palette of green, amber, red and gray on a white background, geometric shapes, no people, no faces, no hands, no text, no letters, no numbers, no logos, no heavy gradients.


그래서 진짜 이득일까 — 기사 속 사례로 해보는 단순 계산

실제 보도된 사례의 숫자를 빌려 간단히 계산해보겠습니다. 한 30대 직장인은 후쿠오카를 당일치기로 다녀오며 마운자로 4개월분을 약 85만 원에 샀고, 왕복 항공권은 약 35만 원, 서울에서 같은 양을 사면 싸게 사도 170만 원이 넘는다고 했습니다.

  • 겉으로 보이는 계산: 일본 85만 원 + 항공 35만 원 = 120만 원 vs 국내 170만 원 → 약 50만 원 절감
  • 압수당했을 때: 일본에서 쓴 120만 원은 그대로 날아가고, 결국 국내에서 170만 원을 다시 주고 사야 합니다 → 총 290만 원
  • 손익분기점: 이 숫자로 따지면 적발 확률이 약 30%만 넘어도 기대 비용이 국내 구매보다 비싸지는 구조입니다 (50만 원 ÷ 170만 원 ≒ 29%)

여기에 연차·시간 비용, 그리고 숫자로 환산하기 어려운 리스크가 더 있습니다.

  • 콜드체인 문제: 마운자로는 냉장 보관이 원칙인 주사제입니다. 여행 중 온도 관리가 제대로 안 되면 약효를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 부작용 관리 공백: 일본에서 처방한 의사에게 귀국 후 경과를 확인받기 어렵습니다. 일본에서도 다이어트·미용 목적으로 쓴 뒤 부작용을 겪었다는 신고가 수십 건 접수됐고, 저혈당·췌장염·케톤산증 등이 보고됐습니다
  • 가품 리스크: 관세청 분석 결과, 통관 단계에서 걸린 인도발 마운자로 일부에서는 유효성분 함량이 들쭉날쭉하고 미확인 불순물까지 검출됐습니다. '일본 정품'이라고 믿고 산 온라인 대리구매품이라면 더더욱 확인할 길이 없습니다

정리하면, "일본이 싸다"는 말은 '약값'만 놓고 보면 사실이지만, "일본에서 사 오는 게 이득이다"는 말은 사실이 아닙니다. 반입 자체가 불법인 이상, 이 거래는 애초에 성립하지 않는 계산이기 때문입니다.


그럼 합법적인 방법은? — 상황별로 정리

"그래서 방법이 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합법의 범위 안에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① 일본에 거주 중이라면 — 현지 처방·현지 투약: 주재원·유학생처럼 일본에 실제로 사는 분이라면 현지 의료기관에서 처방받아 현지에서 쓰는 건 문제가 없습니다. 일본에서 2형 당뇨병 진단을 받은 건강보험 가입자라면 본인부담 30%만 내면 되니 가장 저렴한 경로이기도 합니다. 다만 이 경우에도 한국으로 가지고 들어오는 것은 별개 문제라는 점은 똑같습니다
  • ② 한국 거주자라면 — 국내에서 '잘' 사는 게 정답: 비급여라 의료기관·약국마다 가격이 천차만별입니다. 처방은 비만·대사질환을 보는 의료기관에서 받고, 조제 약국은 여러 곳의 가격을 비교해보는 게 현실적인 절약법입니다. 처방 조건(BMI 기준 등)에 해당하는지부터 확인하는 것이 순서고요
  • ③ 급여화 논의를 지켜보자: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고도비만 치료제 급여화의 필요성과 가능성을 계속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심평원이 지난해 12월 2형 당뇨병 급여 적정성을 인정한 GLP-1 계열 중 실제 급여가 된 건 오젬픽뿐이고, 마운자로는 약가 협상이 지지부진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급여가 된다 해도 2형 당뇨병이나 고도비만 같은 특정 대상에 한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염두에 둬야 합니다
  • ④ 해외 직구·대리구매는 NO: 국제우편이 적발의 대부분을 차지할 만큼 단속이 집중되는 경로이고, 가품 위험까지 있습니다. 가장 피해야 할 방법입니다

실무자 입장에서 정리하는 포인트

소비자 이슈처럼 보이지만, 제약·OTC 실무자에게도 곱씹어볼 대목이 많습니다.

  • 비급여 가격 구조는 '포획시장' 논란을 부른다: 가격 통제도, 공급가 공개도, 해외 병행수입도 막혀 있다 보니 한국이 제약사 입장에서 가격 인하 압박이 없는 시장이 됐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비급여 품목을 다루는 회사라면 '해외 대비 가격'이 언제든 여론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가격 전략에 반영해야 합니다
  • 해외 약가 인하는 곧 국내 리스크다: 일본의 시장확대 재산정 한 번에 국내에서 '역차별' 여론이 확 커졌습니다. 글로벌 품목이라면 주요 참조국의 약가 변동을 모니터링하는 것이 대외 커뮤니케이션의 기본이 됐습니다
  • 전문약 바이럴은 심의·광고 규정의 사각지대다: 한국어로 된 일본 클리닉 홍보, '성지' 공유 게시물처럼 전문의약품이 사실상 소비자 대상으로 홍보되는 흐름이 생기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전문의약품의 대중 광고는 원칙적으로 금지인 만큼, 인플루언서·바이럴 캠페인을 운영하는 입장이라면 이런 콘텐츠와 브랜드가 엮이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 급여화는 시장 판도를 바꾼다: 비만치료제 급여 논의가 진전되면 대상 환자군과 가격이 동시에 바뀝니다. 비만·대사 관련 건강기능식품이나 OTC 카테고리도 수요 이동의 영향을 받을 수 있으니, 정책 흐름을 계속 따라가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정리하면, "마운자로는 일본에서 사면 더 싸다"는 말은 약값만 보면 맞습니다. 일본은 마운자로를 출시 때부터 건강보험 급여 체계 안에서 공정약가로 관리해 왔고, 올해 8월 시장확대 재산정으로 25%를 더 내리면서 한국과의 차이가 용량에 따라 2.5~5배 수준까지 벌어졌습니다. 반면 한국에서는 비급여라 제약사가 가격을 정하고 정부는 개입할 권한이 없죠. 하지만 "일본에서 사 오는 게 이득"이라는 말은 틀렸습니다. 마운자로는 식약처가 관세청에 통보한 유해 의약품이라 수량과 상관없이 반입이 막혀 있고, 적발되면 압수·폐기는 물론 밀수입으로 처벌받을 수도 있습니다. 압수 가능성까지 넣으면 절약 효과는 순식간에 사라지고, 콜드체인·부작용 관리·가품이라는 건강 리스크는 고스란히 본인 몫으로 남습니다. 결국 이 문제의 진짜 해법은 '어떻게 일본에서 사 올까'가 아니라 '왜 같은 약이 한국에서만 이렇게 비싼가'에 있습니다. 급여화 논의와 약가 투명성 논쟁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앞으로도 계속 지켜볼 만한 이슈입니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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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최오리
2026. 9. 29. 15:07 제약 관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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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의약품(OTC) 업무를 하다 보면 의사 쪽 이야기와 약사 쪽 이야기를 번갈아 듣게 되는데, 술자리에서 종종 이런 말이 나옵니다. "의사는 보수, 약사는 진보 쪽이랑 친하잖아." 반쯤 농담이지만 묘하게 그럴듯해서, 다들 고개를 끄덕이고 넘어가죠. 그런데 정말 그럴까요? 마침 이번 달, 대한약사회가 정부의 '약 배송 확대'에 맞서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광화문에서 궐기대회까지 열면서, 이 통념이 다시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오늘은 머리 식힐 겸, 이 속설이 어디서 나왔고 실제 데이터와 역사로 보면 얼마나 맞는지를 가볍게 뜯어보겠습니다.

※ 이 글은 특정 정당이나 직역을 지지·비판하려는 글이 아닙니다. 협회·단체의 공식 행보와 공개된 자료를 바탕으로 '왜 그런 말이 나왔는지'를 재미로 분석한 것이며, 의사·약사 개개인의 정치 성향은 당연히 제각각입니다.



먼저, 이 말은 어디서 나왔나 — '2000년 의약분업'이라는 첫 단추

속설의 뿌리를 찾아가면 거의 항상 한 사건에 닿습니다. 바로 2000년 의약분업입니다.

  • 김대중 정부는 2000년 7월 "진료·처방은 의사가, 조제는 약사가"라는 의약분업을 시행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의사들은 집단 휴·폐업이라는 초유의 단체행동으로 맞섰죠. 진보 성향 정부와 의사 사회가 처음으로 정면충돌한 장면입니다
  • 반면 약사 입장에선 '처방전 조제'라는 새로운 직능 영역이 제도적으로 확정된 사건이었습니다. 의사 쪽에서 "의약분업 = 약사 편을 든 정책"이라는 인식이 생긴 배경이죠
  • 여기에 '고소득 전문직 = 보수'라는 일반적인 통념까지 더해지면서, "의사는 보수, 약사는 그 반대"라는 구도가 자연스럽게 굳어졌습니다

정리하면, 이 속설은 이념 조사에서 나온 게 아니라 '어느 정부가 우리 직능을 건드렸나'라는 기억에서 출발했다고 보는 게 정확합니다. 이 관점을 머릿속에 넣어두면 뒤에 나올 반전들이 훨씬 잘 보입니다.


증거 ① 의사 쪽 — 진보 정부와 유독 자주 부딪힌 역사

의사 사회가 '보수 친화'로 보이게 된 데는 실제 충돌 이력이 한몫했습니다.

  • 2000년 의약분업 (김대중 정부): 앞서 본 대로 의사 집단행동의 시작점입니다
  • 2020년 의대 정원 확대·공공의대 (문재인 정부): 의대 정원 400명 증원과 공공의대 설립 추진에 전공의들이 집단 휴진으로 맞섰습니다. 결국 정책은 '원점 재논의'로 봉합됐죠
  • 간호법 (민주당 주도): 이후에도 민주당이 추진한 간호법을 둘러싸고 의료계와 갈등이 이어졌습니다. 2024년 총선 당시에도 민주당 쪽 의사 출신 후보들이 의사 표를 얻긴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 이유 중 하나로 이 간호법 갈등이 꼽혔습니다

즉 의사 사회 입장에서는 '민주당 계열 정부 = 의사 수를 늘리거나 다른 직역의 권한을 넓히려는 쪽'이라는 경험이 쌓였고, 그게 자연스럽게 반대편 진영과의 정서적 거리를 좁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증거 ② 약사 쪽 — 보수 정부와 부딪히고, 진보 쪽과 손잡은 장면들

반대로 약사 사회가 '진보 친화'로 보이는 데도 나름의 근거가 있습니다.

  • 2012년 편의점 상비약 (이명박 정부): 약국 밖에서 약을 팔게 하는 안전상비의약품 제도는 보수 정부에서 도입됐고, 약사회는 강하게 반대했습니다 (편의점 상비약 이야기는 지난 글에서 자세히 다뤘습니다)
  • 원격의료·비대면진료 (박근혜·윤석열 정부): 보수 정부가 추진한 원격의료와 비대면진료 확대 역시 '약 배송'과 맞물리면서 약사 사회의 경계 대상이었습니다
  • 대선 지지선언: 2017년 대선 때는 약사 2,345명이 문재인 후보 지지를 선언했고, 이 자리에서 민주당 측은 법인약국 반대와 동네약국 살리기를 약속했습니다. 2025년 대선에서도 약사 단체 '국민건강을지키는약사연대' 소속 약사 2,800여 명이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했죠
  • 공약 궁합: 2025년 민주당 대선 공약집에는 약사 사회의 숙원인 '성분명 처방'이 '필수의약품 수급 불안 시 제한적 허용'이라는 조건부로나마 처음 담겼습니다. 의료계는 곧바로 '처방권 침해'라며 반발했고요

정리하면, 약사 사회 입장에서는 '보수 정부 = 규제 완화로 약국 밖 판매를 늘리려는 쪽', '진보 정부 = 동네약국·공공성을 강조하는 쪽'이라는 구도가 비교적 오래 유지됐던 셈입니다.


반전 ① 의사들, 2024년에 크게 흔들리다

여기까지만 보면 속설이 꽤 맞아 보이지만, 최근 몇 년 사이 그림이 확 바뀝니다.

  • 윤석열 정부가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밀어붙이면서, 2024년 총선을 앞두고 "차라리 민주당에 표를 던지겠다", "기권하겠다"는 의사들의 목소리가 의료계 전문지에 공공연히 실렸습니다. 대학병원 교수들 사이에서도 "국민의힘을 지지했던 걸 후회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죠
  • 다만 "그래도 의사들의 보수 성향 자체가 바뀌진 않을 것, 차라리 기권할 것"이라는 국회 관계자의 분석도 함께 나왔습니다. 여당은 의사 표를 '잡아 놓은 물고기'로, 야당은 '어차피 안 올 표'로 여긴다는 씁쓸한 진단도 있었고요
  • 재미있는 데이터가 하나 있습니다. 22대 국회에 입성한 의사 출신 의원 8명의 소속을 보면 국민의힘 4명(서명옥·안철수·인요한·한지아), 더불어민주당 2명(김윤·차지호), 조국혁신당 1명(김선민), 개혁신당 1명(이주영)입니다. 보수 쪽이 조금 많긴 하지만, '의사 = 한 진영'이라고 부르기엔 꽤 흩어져 있죠

그리고 지금 이재명 정부에서도 의·정 관계는 여전히 뜨겁습니다. 2026년 2월 정부가 5년간 3,342명 의대 증원 계획을 발표하자 의협은 즉각 유감을 표했고, 8월 공공의대 법안이 상임위에서 단독 처리되자 절차적 정당성 문제를 제기하며 반대했습니다. 결국 의사 사회는 보수 정부든 진보 정부든 '의사 수·의사 권한'을 건드리면 똑같이 반발한다는 게 드러난 셈입니다.


반전 ② 약사들도 지금 '정부와 전면전' 중

약사 쪽도 예외는 아닙니다. 바로 이번 달 이야기입니다.

  • 정부가 비대면진료 이후 의약품 배송 대상을 전 국민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자, 대한약사회는 9월 9일 청와대 앞에서 비상대책위원회 발대식을 열고 총력 투쟁을 선언했습니다. 확대를 전제로 한 민관협의체에도 불참하겠다고 못 박았죠
  • 권영희 대한약사회장은 이를 두고 국민 건강권과 건보 재정을 민간 플랫폼에 내주는 정부의 폭주라고까지 표현했습니다
  • 9월 20일에는 광화문에 약사와 약대생 1만여 명이 모여 궐기대회를 열었습니다. 약사 사회가 과거 보수 정부의 원격의료에 보였던 반응과 사실상 같은 강도입니다
  • 여기에 앞서 다룬 편의점 상비약 11개 → 20개 확대까지 겹치면서, '진보 정부와 친하다'던 약사 사회가 지금은 진보 정부와 가장 날 선 대립각을 세우고 있습니다

선거 데이터도 한쪽으로만 쏠려 있진 않습니다. 2026년 6·3 지방선거에서 본선에 오른 약사 후보 16명 중 민주당은 8명, 국민의힘은 5명이었습니다. 민주당이 더 많긴 하지만, '약사 = 진보 일색'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는 숫자죠. 실제 당선자로 보면, 이 선거에서 약사 출신은 기초단체장 2명, 광역의원 4명, 기초의원 3명 등 총 9명이 당선됐습니다.

국회로 눈을 돌려도 비슷합니다.

  • 현직 약사 출신 국회의원은 딱 1명: 22대 국회의 약사 출신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경기 부천갑)이 유일합니다. 21대 부천정에 이어 재선에 성공했고, 본인도 '유일한 약사 의원'으로서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죠
  • 21대 땐 여야에 걸쳐 4명: 불과 한 대 전인 21대 국회에는 약사 출신 현역 의원이 4명 있었습니다. 그중엔 국회 부의장을 지낸 민주당 김상희 의원도 있었지만, 국민의힘 비례대표 서정숙 의원도 있었습니다. 약사 출신 의원이 여야 양쪽에 있었던 셈이죠
  • 22대 총선에선 약사 후보 대거 낙선: 지역구에 나선 민주당 소속 약사 후보 4명 중 서영석 의원만 살아남았고, 정명희(부산 북구을)·김지수(창원 의창)·이옥선(창원 마산합포) 후보는 모두 국민의힘 후보에게 자리를 내줬습니다. 비례대표에는 여야 어느 쪽도 약사를 올리지 않았고요
  • '약사가족' 의원으로 넓히면 여야 반반: 대한약사회가 집계한 22대 약사가족(배우자 등이 약사) 당선인을 보면 국민의힘(나경원·조배숙·박대출·이만희·이인선·유상범 등), 더불어민주당(윤후덕·정청래·한병도·홍기원·염태영·이건태·노종면·이정헌 등), 조국혁신당(김선민)까지 고르게 퍼져 있습니다

정리하면, 22대 국회는 의사 출신 8명 대 약사 출신 1명의 이른바 '의대약소' 구도입니다. 그 1명이 민주당 소속이라 '약사 = 진보' 인상이 더 강해 보일 뿐, 21대의 여야 분포나 약사가족 의원 명단까지 보면 약사 사회 역시 특정 진영에 쏠려 있다고 단정하긴 어렵습니다.


이미지 출처: AI 생성(ChatGPT)


의사 내부도 제각각 — 설문으로 본 '의사 성향 지형도'

"의사는 보수"라고 뭉뚱그리기 어려운 이유는 의사 사회 내부 데이터에서도 보입니다. 의협신문이 2024년 초 의사 31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이 흥미롭습니다.

  • 선택분업 전환: 찬성 49.7% vs 반대 50.3%. 완전히 반반입니다. 의약분업 폐지가 의료계 '다수 의견'이라고도, 의약분업 지지가 '대표 의견'이라고도 볼 수 없다는 결과죠
  •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 폐지 42% vs 유지 58%. 시장 자율을 중시하는 '자유주의파'와 현행 체계를 인정하는 쪽이 팽팽합니다
  • 의사단체 자율징계권: 여기선 65.1%가 필요하다고 답해 확실한 다수가 나왔습니다

이 설문이 보여주는 포인트는 분명합니다. 의사들을 하나로 묶는 건 '보수 이념'이라기보다 '전문가로서 자율성을 인정받고 싶다'는 전문가주의에 가깝다는 겁니다. 이념 성향은 오히려 꽤 넓게 퍼져 있고요.


그래서 결론 — 이념이 아니라 '이해관계 궁합'이다

지금까지 본 걸 한 줄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의사와 약사가 특정 진영과 '친해 보였던' 건, 그 진영이 추진한 정책이 우연히 자기 직능 이익과 맞았거나 어긋났기 때문입니다.

  • 의사가 반발하는 이슈: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간호법·한의사 진단기기 같은 타 직역 업무 확대, 성분명 처방 → 주로 민주당 계열이 추진한 경우가 많았지만, 윤석열 정부의 의대 증원처럼 보수 정부가 건드려도 똑같이 반발
  • 약사가 반발하는 이슈: 편의점 상비약 확대, 약 배송·원격의료, 법인약국 → 과거엔 주로 보수 정부 의제였지만, 지금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자 똑같이 비대위를 꾸림
  • 의사와 약사가 정면으로 부딪히는 이슈: 의약분업, 성분명 처방, 대체조제 → 이 지점에서 두 직역이 서로 다른 정당의 공약에 반응하면서 '의사는 보수, 약사는 진보'라는 인상이 만들어진 겁니다

즉 이 속설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가 가장 정직한 답입니다. 과거 특정 시기의 협회 행보만 보면 그럴듯하지만, 이념 자체가 아니라 '누가 우리 영역을 건드리느냐'에 따라 언제든 뒤집힐 수 있는 관계라는 거죠. 실제로 2024년엔 의사가, 2026년엔 약사가 그걸 증명하고 있고요.

물론 다른 해석도 있습니다. 고소득 전문직의 경제관, 세대·성별 구성 변화, 개원의와 봉직의·교수 간 차이 같은 변수가 개인의 투표 성향에 더 큰 영향을 준다는 시각입니다. 협회의 공식 행보와 회원 개개인의 표심은 별개일 수 있다는 점도 기억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이 부분은 공개된 대규모 조사가 거의 없어서, 어디까지나 '추정의 영역'으로 남아 있습니다.


실무자 입장에서 정리하는 포인트

가볍게 시작한 이야기지만, 제약·OTC 실무자에게도 쓸 만한 시사점이 있습니다.

  • 정책은 '정당'이 아니라 '이슈'로 읽어라: "진보 정부니까 약사에게 유리하겠지" 같은 공식은 이번 약 배송 사태로 완전히 깨졌습니다. 신규 정책이 나오면 어느 정부냐보다 '약국 채널 / 병의원 처방'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부터 보는 게 정확합니다
  • 약사회 반응 = 약국 채널 리스크 지표: OTC는 결국 약국에서 팔립니다. 약사회가 비대위를 꾸린 이슈(약 배송, 편의점 상비약)는 약국 현장 분위기와 직결되니, 해당 카테고리 품목을 가진 회사라면 약국 커뮤니케이션 톤을 한 번 점검해볼 타이밍입니다
  • 의·약 갈등 이슈는 '양쪽 고객'이 다 걸린다: 성분명 처방·대체조제 같은 이슈는 ETC 영업(의사)과 OTC·약국 영업(약사) 모두에 영향을 줍니다. 한쪽 입장만 대변하는 메시지를 내면 다른 쪽 채널에서 역풍을 맞을 수 있으니, 대외 메시지는 최대한 중립적으로 설계하는 게 안전합니다
  • 마케팅·광고에 정치 프레임은 금물: 이런 주제는 재미로 이야기하기엔 좋지만,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에 정치색이 묻는 순간 리스크가 됩니다. 의사든 약사든 우리 제품의 핵심 파트너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합니다

정리하면, "의사는 보수, 약사는 진보"라는 말은 2000년 의약분업을 기점으로 쌓인 협회 차원의 충돌 기억에서 나온 속설이지, 이념 조사로 확인된 사실은 아닙니다. 의사 사회는 2020년엔 진보 정부와, 2024년엔 보수 정부와, 그리고 지금은 다시 이재명 정부와 부딪히고 있고, 약사 사회 역시 과거 보수 정부의 원격의료에 반발했던 것처럼 지금은 진보 정부의 약 배송 확대에 맞서 거리로 나섰습니다. 22대 국회의 의사 출신 의원 분포나 지방선거 약사 후보 분포를 봐도 한쪽 진영에 몰려 있다고 보긴 어렵죠. 결국 두 직역을 움직이는 건 '좌냐 우냐'가 아니라 '우리 직능의 영역을 누가 넓혀주고, 누가 줄이려 하느냐'입니다. 다음에 누군가 이 속설을 꺼낸다면, "요즘은 둘 다 정부랑 싸우는 중이던데?"라고 한마디 보태 보시길. 꽤 재미있는 대화가 이어질 겁니다.


참고 자료


#의사는보수약사는진보 #의사정치성향 #약사정치성향 #의약분업이란 #성분명처방이란 #공공의대란 #의대증원 #약배송확대 #대한약사회비대위 #보건의료직역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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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최오리
2026. 9. 22. 07:26 제약 관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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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의약품(OTC) 마케팅을 하다 보면 처방의약품(ETC) 영업 쪽 이야기는 한 다리 건너 듣게 되는데, 그중에서도 유독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CSO'입니다. 지난 물적분할 글에서 "JW중외제약이 CSO를 도입했다 1년 만에 접었다"는 사례를 잠깐 언급했더니, "그래서 CSO가 정확히 뭐냐"는 질문을 몇 번 받았습니다. 사실 CSO는 국내 제약 영업의 상당 부분을 떠받치고 있으면서도, 그 구조와 돈의 흐름이 밖에서는 잘 안 보이는 '회색지대'로 오래 불려왔죠. 마침 하반기 약가인하를 앞두고 CSO 수수료율이 다시 격랑에 휩싸이고, 2024년 도입된 'CSO 신고제'까지 맞물리면서 요즘 가장 뜨거운 주제이기도 합니다. 오늘은 CSO가 무엇인지, 영업 구조와 정산은 어떻게 굴러가는지, 실제 영업 현장에서는 어떤 방식이 쓰이는지를 실무 관점에서 정리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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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CSO가 뭔가 — 개념부터 짚자**

CSO는 **Contract Sales Organization**, 우리말로는 '의약품 영업대행사' 또는 법률 용어로 '의약품 판촉영업자'입니다.

- 쉽게 말해, 제약사가 직접 영업사원을 고용해 병의원을 도는 대신 **영업·판촉 업무 자체를 외부 전문 조직에 통째로 위탁**하는 방식입니다. 광고 대행을 광고 대행사에 맡기듯, 처방 영업을 CSO에 맡기는 겁니다
- 일반 기업에서 말하는 CSO(Chief Security Officer, 최고보안책임자)와는 전혀 다른 개념이니 헷갈리지 마시길 바랍니다. 제약에서 CSO는 '사람(직책)'이 아니라 '회사(영업대행 조직)'를 가리킵니다
- 국내에서는 2010년대 들어 리베이트 규제(쌍벌제·투아웃제)가 강화되고, 자체 영업조직 유지 비용이 부담스러운 중소·중견제약사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됐습니다. 지금은 일부 회사의 경우 처방 영업의 100%를 CSO에 의존할 정도죠

정리하면, CSO는 **'파는 일'만 전문적으로 떼어 맡는 외주 영업 조직**이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앞서 다룬 '영업·마케팅 물적분할'이 파는 조직을 내부 자회사로 독립시키는 것이라면, CSO는 아예 회사 밖으로 영업을 내보내는 방식인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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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O 영업의 구조 — 제약사에서 병의원까지, 4단계로 본다**

CSO 영업이 실제로 어떻게 굴러가는지, 돈과 약이 흐르는 경로를 단계별로 보겠습니다.




- **① 제약사(공급자)**: 약을 만들고 품목허가를 가진 주체입니다. 자체 영업조직이 없거나 부족한 품목에 대해 CSO와 '판촉업무 위탁계약'을 맺습니다
- **② CSO(1차 위탁)**: 제약사로부터 영업권을 따낸 대행사입니다. 여러 제약사의 다양한 품목을 한데 모아 '영업 포트폴리오'를 구성하죠
- **③ 재위탁·현장 영업조직**: 여기가 핵심입니다. CSO는 대개 직접 발로 뛰기보다, 현장 영업을 **개인사업자(프리랜서) 형태의 영업사원**에게 다시 맡기는 구조로 운영됩니다. 1차 CSO가 하위 CSO에 다시 넘기는 '재위탁'도 흔합니다. 이 다단계 구조 탓에 실제 영업을 누가 하는지 추적이 어려웠던 겁니다
- **④ 병의원(수요처)**: 최종적으로 영업사원이 의원·병원을 방문해 자사(위탁받은) 품목의 처방을 유도합니다. 처방이 나오면 그 처방액을 기준으로 수수료가 역방향으로 정산됩니다

즉 **약은 '제약사 → 도매 → 병의원' 방향으로 흐르고, 돈(수수료)은 '제약사 → CSO → 영업사원' 방향으로 흐르는** 이중 구조입니다. 이 구조를 머릿속에 넣어두면 뒤에 나올 정산·프로모션 이야기가 훨씬 선명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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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산은 어떻게 되나 — '처방액 기준 수수료율'이 핵심**

CSO 정산의 원리는 의외로 단순합니다. **CSO가 확보한 처방액(또는 매출액)에 미리 정한 수수료율을 곱해 지급**하는 방식이죠.

- 예를 들어 어떤 품목의 수수료율이 40%이고, CSO가 확보한 특정 병의원의 월 처방액이 100만 원이라면, 제약사는 그달 CSO에 40만 원을 수수료로 지급합니다. 보통 **월 단위 정산**이 기본입니다
- 최근 업계 평균 수수료율은 **40%대 초반**으로 파악됩니다. 다만 품목에 따라 편차가 커서, 신규 시장을 뚫어야 하는 '미끼품목'은 60~65%까지 올라가기도 합니다
- CSO는 이렇게 받은 수수료에서 **자체 관리 마진과 세금(사업소득 원천징수 3.3%)만 남기고, 대부분을 현장 영업사원에게 지급**합니다. 영업사원 역시 오너십을 가진 개인사업자라, 이 구조가 리베이트 적발을 어렵게 만든다는 지적이 오래전부터 있었습니다
- 정산에는 조건이 붙습니다. 대표적으로 **소액처방처 미정산**(월 처방액 10만~20만 원 미만은 정산 제외), **코드 삭제**(일정 기간 실적이 기준에 못 미치는 거래처는 아예 정산 코드를 없앰), **흡수율 조건**(공급량 대비 실제 조제·처방된 비율이 일정 수준 이상이어야 수수료 지급) 등이 있습니다

정리하면, CSO 정산은 '처방을 만든 만큼, 정한 요율만큼' 가져가는 철저한 성과급 구조입니다. 문제는 이 요율 경쟁이 과열되면서 상식 밖의 방식까지 등장한다는 점인데, 바로 다음 항목에서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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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영업 예시 — '100:100(백대백) 프로모션'과 미끼품목**

말로만 하면 감이 안 오니, 현장에서 실제로 쓰이는 대표 방식 몇 가지를 보겠습니다.

- **① 100:100(백대백) 프로모션**: CSO 영업의 상징 같은 방식입니다. **처방액 전액(100%)을 그대로 수수료로 지급**하는 겁니다. CSO가 확보한 처방액이 1만 원이면 제약사가 수수료로 1만 원을 줍니다. 얼핏 "그럼 제약사는 뭘 먹느냐" 싶지만, 일단 자사 품목을 병의원에 '랜딩(안착)'시켜 놓으면 이후 처방이 유지·확대되는 것을 노린 **시장 선점·밀어내기 전략**입니다
- **② 100:200, 100:300까지**: 더 공격적인 곳은 처방액의 2배, 3배를 수수료로 얹기도 합니다. 인센티브·기타 비용을 더해 100:120이 되는 계약도 있죠. 신제품 발매 초기나 경쟁이 치열한 품목군에서 주로 나타납니다
- **③ 신규 거래처 발굴 인센티브**: 새 병의원을 뚫으면 기존 요율에 5~30%p를 추가로 얹어주는 방식입니다. 기존 처방처 방어보다 신규 확보가 어렵기 때문에, 여기에 당근을 집중합니다
- **④ 조건부·기간 한정 프로모션**: "3~6월 중 신규 거래를 트면 이후 3~6개월간 100:100 지급, 단 24개월간 처방액 유지가 조건" 같은 식입니다. 단기 유인과 장기 유지를 묶어두는 구조죠

특히 주목할 건 **최근의 흐름**입니다. 2026년 하반기 약가제도 개편(제네릭 약가인하)이 코앞에 닥치면서, 제약사들이 상반된 두 전략을 동시에 쏟아내고 있습니다. 한쪽에서는 판관비를 줄이려 **수수료율을 인하**하고, 다른 쪽에서는 점유율을 지키려 **수수료율을 파격 인상**하는 겁니다. 최근 며칠 새 중견제약사 여러 곳이 특정 품목 수수료율을 5~20%p씩 올렸고, 한 고혈압 복합제는 75%, 일부 품목은 80%까지 치솟았습니다. '팔수록 손해라도 일단 처방처부터 잡자'는 절박함이 만든 풍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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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제약사는 CSO에 의존하나 — 명확한 장점**

이렇게 비용 부담이 큰데도 제약사가 CSO를 쓰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 **① 고정비 절감**: 영업사원을 직접 고용하면 인건비·4대 보험·차량·관리비가 고정비로 계속 나갑니다. CSO는 '처방이 나온 만큼만' 수수료를 주는 변동비 구조라, 매출이 없으면 비용도 없습니다
- **② 빠른 시장 진입**: 이미 전국 병의원 네트워크를 가진 CSO에 맡기면, 자체 영업망을 처음부터 까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처방 시장에 진입할 수 있습니다. 중소제약이 중견·대형사 시장을 치고 들어갈 때 특히 유용하죠
- **③ 리스크 외부화(라는 착시)**: 회사가 리베이트에 직접 관여하지 않아도 되고, 문제가 터져도 개인사업자인 영업사원 선에서 '꼬리 자르기'가 가능하다는 인식이 있었습니다. 다만 이 '착시'가 바로 규제의 표적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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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O의 그림자 — 리베이트, 그리고 규제의 칼날(신고제·지출보고서)**

여기까지만 보면 효율적인 구조 같지만, CSO에는 반드시 짚어야 할 그림자가 있습니다. 바로 **고율 수수료가 우회 리베이트의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정부가 최근 몇 년간 규제를 촘촘히 조여왔습니다.

- **① CSO 신고제 (2024년 10월 19일 시행)**: 가장 큰 변화입니다. 이제 의약품 판촉영업을 하려면 **관할 지자체(보건소)에 반드시 신고**해야 하고, 신고하지 않은 자에게는 판촉업무를 위탁할 수 없습니다. 신고하려면 연 24시간의 신규교육(이후 매년 8시간 보수교육) 이수가 필요하고, **위탁계약서에 품목별 수수료율을 명시**해야 하며, **재위탁 시 공급 제약사에 통보**해야 합니다. 위반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 벌금입니다. 그동안 베일에 가려 있던 CSO 영업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취지죠
- **② 지출보고서 의무화**: CSO도 제약사·의료기기사처럼, 의료인에게 제공한 경제적 이익 내역을 정리한 '지출보고서'를 작성·제출해야 합니다. 거래의 투명성을 높여 우회 리베이트를 걸러내겠다는 장치입니다
- **③ 수수료율 30% 상한제 논의**: 최근에는 아예 **CSO 수수료율을 30%로 법정 상한을 두자**는 여론까지 나왔습니다. 제조원가와 관리비를 역산하면 제약사가 감당 가능한 마케팅 외주비의 한계선이 매출의 30% 안팎이라는 논리인데요. 아직 논의 단계이지만, 60~80%가 오가는 현재 시장을 감안하면 파장이 작지 않을 이슈입니다

앞서 언급한 **JW중외제약의 CSO 철수**도 이 맥락에서 다시 볼 수 있습니다. 비주력 제네릭을 CSO에 맡겼지만 수익성·효율성이 기대에 못 미쳐 약 1년 만에 접었죠. 고율 수수료를 감당하면서까지 CSO를 유지하려면, 그만큼 팔 물건과 마진 구조가 받쳐줘야 한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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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무자 입장에서 정리하는 포인트**

CSO 이슈가 제약·OTC 실무자에게 주는 시사점은 이렇습니다.

- **'수수료율'은 곧 마진 설계다**: CSO에 위탁하는 순간, 그 품목의 이익률은 수수료율이 결정합니다. 40%면 절반 가까이, 60~80%면 사실상 노마진입니다. 위탁 결정 전에 '이 품목이 그 요율을 감당하고도 남는 물건인가'를 냉정하게 따져야 합니다
- **신고제 이후엔 '계약서'가 생명이다**: 위탁계약서에 품목별 수수료율을 명시하고, 재위탁 통보·교육 이수·지출보고서 협조 조항을 반드시 넣어야 합니다. 기존 계약서를 신고제 기준으로 전면 재점검하는 게 우선입니다
- **100:100의 유혹을 경계하라**: 단기 랜딩에는 효과적이지만, 처방 유지 조건을 못 채우거나 프로모션이 끝나면 그대로 빠지는 '휘발성 매출'이 되기 쉽습니다. 밀어내기가 실제 수요 창출로 이어지는지 구분해야 합니다
- **영업을 100% 외주화하면 정책 대응력이 사라진다**: 약가인하 같은 변수가 닥쳤을 때, 자체 영업조직이 있으면 인센티브·마케팅 방향을 유연하게 틀 수 있습니다. 반면 CSO 100% 의존 회사는 쓸 수 있는 카드가 '수수료율 조정'뿐이라, 오히려 CSO에 휘둘리는 역설에 빠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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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면, CSO는 제약사가 '파는 일'을 외부 전문 조직에 통째로 맡기는 영업대행 구조로, **처방액 기준 수수료율로 정산**하는 철저한 성과급 시스템 위에서 돌아갑니다. 고정비를 줄이고 시장 진입을 앞당기는 효율적인 도구이지만, 40%대 평균을 넘어 60~80%, 심지어 100:100까지 치닫는 수수료 경쟁은 그 자체로 우회 리베이트라는 그림자를 드리웁니다. 그래서 2024년 CSO 신고제와 지출보고서 의무화, 그리고 30% 상한제 논의까지, 규제의 칼날이 점점 정교해지고 있는 것이죠. 결국 CSO 활용의 성패는 '얼마나 높은 수수료로 처방처를 잡느냐'가 아니라, '그 요율을 감당하고도 남는 품목과 구조를 갖췄느냐, 그리고 투명한 계약으로 리스크를 관리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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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최오리
2026. 9. 17. 23:12 제약 관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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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의약품(OTC) 업무를 하다 보면, 사실 우리 일상과 가장 가까이 붙어 있는 제도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편의점 상비약'이죠. 밤 11시에 갑자기 열이 오르거나, 명절 연휴에 체했을 때, 문 닫은 약국 대신 편의점에서 타이레놀이나 판콜에이를 집어본 경험, 다들 한 번쯤 있으실 겁니다. 그런데 이 편의점 상비약, 지금 살 수 있는 게 딱 11개뿐이라는 사실은 잘 모르는 분이 많습니다. 그리고 바로 지금, 정부가 이 품목을 최대 20개까지 늘리는 '14년 만의 개편'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비(非)업계 분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편의점 상비약이 대체 뭔지, 왜 지금 확대 이야기가 나오는지, 그리고 무엇이 쟁점인지를 하나씩 정리해보겠습니다.

*이미지 출처: AI 생성(ChatGPT)


먼저, 편의점 상비약이 뭔가 — 2012년에 생긴 '심야·공휴일용 약'

개념부터 짚겠습니다. 정식 명칭은 안전상비의약품입니다. 이름 그대로 '안전하게 상비(常備)해 둘 수 있는 약', 즉 약사의 복약지도 없이도 비교적 안전하게 쓸 수 있다고 인정된 일반의약품을 말합니다.

  • 이 제도는 2012년 11월 15일 시행됐습니다. 약국이 문을 닫는 밤늦은 시간이나 공휴일에 급하게 약을 사기 어렵다는 불편을 해소하자는 취지였죠
  • 그래서 24시간 운영하는 편의점에서 약사 없이도 이 약들을 팔 수 있게 한 겁니다
  • 다만 아무 약이나 되는 건 아닙니다. 약사법은 함량·제형·부작용·인지도·편의성 등을 고려해 20개 품목 이내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이 '고시'로 지정하도록 정해두고 있습니다

정리하면, 편의점 상비약은 '접근성(편의)'과 '안전성' 사이에서 딱 20개라는 상한선을 그어두고 출발한 제도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그리고 이 20개라는 숫자가 이번 이야기의 핵심 열쇠입니다.


지금은 왜 11개인가 — 원래 13개였는데 2개가 빠졌다

여기서 많은 분이 헷갈리는 지점이 있습니다. "20개까지 된다면서 왜 지금은 11개밖에 없지?"라는 거죠. 그 사연은 이렇습니다.

  • 2012년 제도 시행 당시 지정된 품목은 4개 효능군, 총 13개였습니다. 구체적으로 해열진통제, 감기약, 소화제, 파스(붙이는 약) 네 종류였죠. 우리가 아는 타이레놀정, 판콜에이내복액, 훼스탈, 신신파스 같은 익숙한 이름들이 여기 포함됐습니다
  • 그런데 이후 어린이용 타이레놀정 80mg과 타이레놀정 160mg 2개 제품의 생산이 중단되면서, 실제로 편의점에서 살 수 있는 품목은 13개 → 11개로 줄어든 겁니다
  • 즉, 정부가 11개로 줄인 게 아니라 '단종으로 자연 감소'한 상태로, 법이 허용한 20개의 절반 수준에 머물러 있는 거죠

더 중요한 건, 이 목록이 2012년 이후 14년째 단 한 번도 재조정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품목을 손보기 위한 '안전상비의약품 지정심의위원회'가 2017~2018년에 6차례 열렸지만 결론 없이 흐지부지됐고, 그 뒤로는 위원회 자체가 열리지 못했습니다. 제도는 멈춰 있는데 소비자 수요는 계속 쌓여온 셈입니다.


이번 개편의 핵심 — 무엇이 달라지나 (두 갈래로 보자)

정부가 이번에 추진하는 개편은 사실 성격이 다른 두 가지가 묶여 있습니다. 섞어서 보면 헷갈리니 나눠서 정리하겠습니다.

① 품목 확대 — 11개 → 최대 20개

  • 보건복지부는 2026년 하반기 중점 추진과제로, 편의점 상비약을 현행 11개에서 법정 한도인 최대 20개까지 늘리겠다고 밝혔습니다
  • 핵심은 이 품목 확대가 국회 법 개정 없이, 복지부 장관의 '고시' 개정만으로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정부가 지정심의위원회를 열어 품목을 정한 뒤 고시만 고치면 되는 구조죠
  • 정부는 연내(2026년 12월 목표) 지정 고시를 개정한다는 계획입니다

② 판매점 확대 — '무약촌'의 일반 소매점까지

  • 두 번째 축은 파는 '장소'를 넓히는 겁니다. 약국도, 24시간 편의점도 없는 이른바 '무약촌(보건의료취약지역)'에서는 24시간이 아닌 일반 소매점에서도 상비약을 팔 수 있게 하겠다는 방향입니다
  • 농어촌·섬 지역처럼 밤에 해열제 하나 사기 어려운 곳의 의료 공백을 메우자는 취지죠
  • 다만 이건 품목 확대와 달리 약사법 개정이 필요해서, 고시만으로 되는 품목 확대보다 넘어야 할 문턱이 높습니다

정리하면, '무엇을(품목)'과 '어디서(판매점)'를 동시에 넓히는 게 이번 개편의 그림입니다. 그리고 둘 중 실제로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큰 건, 절차가 간단한 품목 확대 쪽입니다.


그래서 어떤 약이 추가될까 — 지사제·제산제·화상연고·인공눈물

가장 궁금한 대목일 겁니다. 아직 확정된 건 없지만, 과거 논의와 소비자 수요 조사를 보면 후보군의 윤곽은 어느 정도 드러나 있습니다.

  • 과거 지정심의위원회에서 우선 검토됐던 후보는 제산제(위산 억제), 지사제(설사 완화), 항히스타민제(알레르기약), 화상연고 등입니다
  • 여기에 소비자 설문에서 꾸준히 요구가 많았던 인공눈물, 소독약, 증상별 감기약, 어린이 진통제 등도 거론됩니다
  • 방향은 크게 둘입니다. 하나는 기존 해열진통제·감기약의 종류를 늘리는 것, 다른 하나는 아예 새로운 효능군(지사제·화상연고 등)을 추가하는 것이죠

다만 여기서 안전성 논쟁이 갈립니다. 예를 들어 지사제나 알레르기약은 증상만 보고 함부로 쓰면 오히려 병을 키우거나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편의'와 '안전'이 정면으로 부딪히는 지점이 바로 이 품목 선정 단계입니다.

*이미지 출처: AI 생성(ChatGPT)

 


왜 하필 지금, 다시 꺼냈나

14년이나 멈춰 있던 논의가 왜 지금 다시 불붙었을까요? 배경은 이렇습니다.

  • 무약촌 실태 고발이 컸습니다: 약국도 24시간 편의점도 없는 지역 주민들이 심야·휴일에 기본적인 해열제·지사제조차 구하지 못하는 실태가 여러 차례 보도되며 사회적 공감대가 쌓였습니다
  • 공공심야약국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대안으로 거론되는 '공공심야약국' 확충은 예산 부담이 크고 전국을 다 덮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미 전국 곳곳에 있는 편의점을 활용하자는 목소리에 힘이 실렸죠
  • 소비자 만족도가 높습니다: 편의점 상비약 제도 자체는 소비자 만족도가 매우 높은 편입니다. '실질적으로 도움이 됐다'는 응답이 압도적이라, 품목만 늘리면 체감 효용이 바로 커지는 구조입니다

여기에 정부가 비대면진료 제도화, 의약품 배송 확대 같은 '접근성 강화' 정책을 한꺼번에 밀면서, 편의점 상비약 확대도 그 흐름에 함께 올라탄 모양새입니다.


찬반 — '편의' vs '안전'의 14년째 평행선

이 이슈의 진짜 재미(이자 어려움)는 이해관계가 정면으로 엇갈린다는 데 있습니다. 입장별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소비자·시민단체: "품목이 너무 적다"는 입장입니다. 경실련 등은 살 수 있는 일반의약품이 9,000개가 넘는데 상비약을 20개 안에 가둬둔 것 자체가 답답하다며, 나아가 개별 제품이 아니라 '성분명' 기준으로 지정해 선택권을 더 넓혀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 약사단체(대한약사회): 강하게 반대합니다. 의약품은 일반 공산품과 달라 복약지도가 필요하고, 오남용·부작용 우려가 있다는 겁니다. 특히 "지금도 편의점의 상비약 판매 관리(판매 시간·수량 규정 등)가 제대로 안 지켜지는데, 관리 보완 없이 품목만 늘리는 건 위험하다"고 지적합니다. 대안으로는 공공심야약국 확충을 내세우죠
  • 편의점업계: 의외로 매출 욕심은 크지 않다는 입장입니다. "상비약 매출은 전체의 0.1% 수준"이라며, 매출보다 24시간 운영이라는 공공성 차원에서 접근한다고 설명합니다

실제로 2026년 하반기 들어 대한약사회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서울·경기 등 지역 약사회가 집단 반발에 나서며 '연내 궐기대회'까지 예고한 상태입니다. 품목 확대가 장관 고시만으로 가능하다는 점, 즉 국회의 견제 장치 없이 정부 의지만으로 밀어붙일 수 있다는 구조를 약사사회가 가장 경계하고 있습니다.


소비자·실무자 입장에서 정리하는 포인트

이 이슈가 소비자와 OTC 실무자에게 주는 시사점은 이렇습니다.

  • (소비자) 아직 '확정'이 아니다: 뉴스 제목만 보면 곧 20개가 될 것 같지만, 실제로는 지정심의위원회 논의와 고시 개정을 거쳐야 합니다. 품목 확대는 연내 목표, 판매점 확대는 법 개정 사안이라 시점이 더 걸릴 수 있습니다
  • (소비자) 늘어도 '무제한'은 아니다: 확대돼도 법정 상한은 20개입니다. 편의점이 동네 약국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어디까지나 '심야·휴일 응급용'이라는 제도 취지는 그대로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 (실무자) 어떤 효능군이 뚫리느냐가 관건: 만약 지사제·화상연고·인공눈물 같은 새 효능군이 편의점에 들어오면, 해당 카테고리 OTC의 채널 전략이 통째로 바뀝니다. 약국 독점이던 매출이 편의점으로 분산되기 때문이죠. 자사 품목이 후보군에 있다면 지금부터 시나리오를 짜둬야 합니다
  • (실무자) '관리·안전' 명분을 함께 챙겨라: 확대의 최대 걸림돌이 '안전성·관리 부실' 논리인 만큼, 제조사·유통사 입장에서도 포장·표기·판매관리 협조 등 안전 이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게 통과 가능성을 높이는 길입니다

정리하면, 편의점 상비약 확대는 단순히 '약 몇 개 더 파는' 문제가 아니라, 14년 묵은 제도를 손봐 국민의 심야·휴일 의약품 접근성을 넓히려는 시도입니다. 소비자와 시민단체는 "품목이 너무 적다"며 확대를, 약사단체는 "안전이 먼저"라며 신중론을 외치는 팽팽한 구도가 14년째 이어지고 있죠. 정부는 연내 지정심의위원회를 열어 12월 고시 개정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어떤 약이 실제로 편의점 매대에 오를지, 그리고 무약촌 판매점 확대를 위한 약사법 개정까지 갈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다음에 편의점에서 상비약 매대를 지나칠 때, "여기 있는 게 왜 딱 이만큼일까, 그리고 앞으로 뭐가 더 들어올까?"를 한 번쯤 떠올려 보시길. 우리 일상과 가장 가까운 이 제도의 변화가, 생각보다 큰 파장을 몰고 올 수 있으니까요.


https://hychoi.tistory.com/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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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최오리
2026. 9. 17. 23:05 제약 관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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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 정책 뉴스를 챙기다 보면 어떤 이슈는 몇 년째 '입법 공백'이라는 꼬리표만 달고 제자리걸음을 하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속도가 붙습니다. 바로 '미프진'이 그렇습니다. 지난 9월 16일, 성평등가족부가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신중지 약물의 정식 도입 방안을 발표하면서, 2019년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7년 가까이 제도권 밖을 떠돌던 이 약이 마침내 공식 궤도에 오르게 됐습니다. 이르면 내년(2027년) 1분기부터 국내 병원에서 처방받을 수 있을 전망이죠. 오늘은 미프진이 대체 무슨 약인지, 그리고 왜 하필 지금 도입되는지를 실무 관점에서 정리해보겠습니다.


먼저, 미프진이 뭔가 — 성분부터 짚자

이름은 익숙한데 정확한 정체는 헷갈리는 분들이 많습니다. 개념부터 정리하겠습니다.

  • 미프진(Mifegyne)은 임신 초기에 복용하는 경구용 임신중지(약물적 임신중단) 의약품입니다. '먹는 낙태약'으로 더 잘 알려져 있죠. 단일 성분이 아니라 두 가지 약을 순차적으로 쓰는 복합요법이 핵심입니다
  • 미페프리스톤(mifepristone)은 임신 유지에 필요한 호르몬(프로게스테론)의 작용을 차단합니다. 임신을 지탱하던 스위치를 끄는 역할이죠
  • 미소프로스톨(misoprostol)은 자궁 수축을 유도해 임신 조직의 배출을 돕습니다. 미페프리스톤을 먼저 복용한 뒤 일정 시간 후 미소프로스톨을 쓰는 방식입니다
  • 이번에 국내 허가 심사 중인 제품은 현대약품의 '미프지미소정'으로, 미페프리스톤 1정과 미소프로스톨 4정이 한 세트로 구성돼 있습니다

역사도 짚어둘 만합니다. 미프진은 1988년 프랑스에서 세계 최초로 허용된 이후 현재 80~100여 개국에서 합법적으로 쓰이고 있고, 세계보건기구(WHO)도 2005년 이를 필수의약품(Essential Medicines)으로 지정했습니다. 즉, 국제적으로는 이미 수십 년간 검증되고 표준화된 약이라는 뜻입니다. 국내 도입이 '새로운 약을 들여오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 세계가 쓰는 약을 왜 우리만 못 쓰고 있었느냐'의 문제였던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왜 지금 도입되나 ① — 7년 입법 공백이라는 배경

미프진이 그동안 국내에 들어오지 못한 근본 원인은 약의 문제가 아니라 법의 공백이었습니다. 이 대목이 이번 이슈를 이해하는 핵심 열쇠입니다.

  • 2019년 4월 11일, 헌법재판소는 자기낙태를 처벌하는 형법 조항(제269·270조)에 대해 헌법불합치 4 대 단순위헌 3 대 합헌 2 의견으로 헌법불합치를 결정하고, 2020년 말까지 대체입법을 마련하라고 주문했습니다
  • 그러나 국회는 시한(2020년 12월 31일)을 넘겼고, 결국 2021년 1월 1일부로 낙태죄 형법 조항은 자동 효력 상실됐습니다. 처벌 조항은 사라졌지만, 그 자리를 채울 새 법(모자보건법 개정 등)은 만들어지지 않았죠
  • 그 결과 임신중지는 '처벌하지도, 제대로 허용·관리하지도 않는' 회색지대에 5년 넘게 방치됐습니다. 처벌 근거가 없으니 임신중지 자체는 가능한데, 정작 약물은 국가 관리체계 밖에 있는 기묘한 상태가 이어진 겁니다

정리하면, 약이 없어서가 아니라 약을 담을 법적 그릇이 비어 있어서 미프진이 들어오지 못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왜 지금 도입되나 ② — 음성 유통과 대통령 지시, 법제처 유권해석

법이 비어 있는 사이, 수요는 사라지지 않고 지하로 스며들었습니다. 이 '음성 유통' 문제가 이번 도입의 직접적 방아쇠가 됐습니다.

  • 국내 미허가 상태에서도 미프진은 텔레그램 등 온라인을 통해 30만~50만 원대에 불법 거래돼 왔습니다. 정품 여부를 확신하기 어렵고, 의료진의 복약 지도나 부작용 관리도 없이 여성들이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구조였죠
  • 정부 차원의 도입 논의에 속도가 붙은 결정적 계기는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였습니다. 7월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은 "해외 직구로 복용하다 사고도 나는데 이렇게 방치하는 게 옳지 않다"며 "법 개정 전이라도 식약처가 약물을 허용하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언급했습니다
  • 이에 식약처는 법제처에 '현행 모자보건법 체계에서 임신중지 약물의 품목허가가 가능한지'를 질의했고, 법제처는 지난달(8월) 19일 "법 개정 전에도 품목허가가 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놨습니다. 안전성·유효성 등 허가 요건만 갖추면 현행 법체계 안에서도 허가할 수 있다는 취지였죠

이 유권해석이 그동안 막혀 있던 빗장을 푼 셈입니다. 대체입법이라는 큰 산을 넘기 전에, 행정적 해석으로 먼저 약을 제도권에 편입시키는 우회로를 찾아낸 거죠. 도입의 명분이 '여성 건강권'과 '음성 유통에 따른 안전 우려 해소'라는 두 축으로 정리되는 이유입니다.


현대약품의 '3수' 도전 — 세 번째 만에 본심사

이번 도입의 실무 주역은 현대약품입니다. 사실 이 회사의 도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 현대약품은 2021년 영국 제약사 라인파마 인터내셔널과 미프지미소의 국내 독점 판권·공급 계약을 맺고 품목허가에 나섰습니다
  • 하지만 1차(2021년)·2차(2023년 3월) 신청은 자료 부족과 법률 공백의 벽에 막혔습니다. 허가 요건 자료 중 일부가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을 전제로 해야 심사가 가능해, 절차가 잠정 중단됐죠
  • 이후 회사는 2024년 12월, 임신 63일(9주) 이내 사용을 조건으로 세 번째 품목허가를 신청했고, 식약처는 현재 이 건을 심사 중입니다. 식약처는 심사가 상당 부분 진행됐으며, 위해성 관리계획(RMP) 등 일부 보완 사항이 남아 있다고 밝혔습니다

두 차례 좌절 끝에 세 번째 신청이 결실을 앞두게 된 배경에는, 앞서 짚은 '법제처 유권해석'이라는 제도적 물꼬가 있었습니다.


도입 방안의 구체적 그림 — 9주 이내·초기 2년 원내조제

정부가 발표한 관리 방식은 상당히 신중합니다. 한 번에 문을 활짝 여는 게 아니라 단계적으로 풀겠다는 구상입니다.

  • 사용 대상: 임신 9주(63일) 이내 임신부. 참고로 WHO는 12주 이내 사용을 제시하지만, 국내 신청 제품이 9주 이내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자료로 허가를 신청했기 때문에 이 기준으로 심사가 진행됩니다
  • 초기 2년: 의료기관 내에서 의사가 직접 처방하고 조제하는 '원내조제' 방식으로 관리합니다. 부작용과 안전성을 모니터링하기 위한 조치죠
  • 이후 단계: 안전성이 확인되면 '의사 처방 + 약국 조제' 방식으로 관리 범위를 넓히는 방안을 검토합니다
  • 도입 시점: 이르면 내년(2027년) 1분기 목표. 다만 실제 시점은 식약처 허가·심사, 수입 절차(라벨·안전성 검사·품질 검사·물량 확보), 그리고 건강보험 적용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 미정 사항: 건강보험 적용 여부와 약가, 처방 가능한 의사의 구체적 범위, 미성년자의 보호자 동의 여부 등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즉, '허가'와 '실제 유통'은 별개라는 점을 짚어둘 필요가 있습니다. 품목허가가 나더라도 수입 절차와 건보 등재라는 관문이 남아 있어, 실제 처방까지는 시차가 생길 수 있습니다.


엇갈리는 시선 — 여성계·의료계·종교계

이 사안은 순수한 제약 이슈가 아니라 사회적 가치가 첨예하게 부딪히는 영역이기도 합니다. 실무자라면 이 온도차를 알고 있어야 합니다.

  • 여성계(프로초이스 진영)는 저렴하고 안전한 합법 약물의 도입을 환영하는 입장입니다. 음성 유통에 내몰리던 여성의 건강권과 선택권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게 됐다는 평가죠
  • 의료계는 신중론을 폅니다. 부작용 관리, 처방 의사의 법적 책임, 허용 기준의 미비 등을 이유로 충분한 안전장치가 먼저라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 종교계(프로라이프 진영)는 생명 존중의 관점에서 도입 자체에 우려를 표합니다

정부가 초기 2년을 원내조제로 묶고, 미성년자 동의 요건 등을 별도로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입장 차이를 의식한 완충 장치로 볼 수 있습니다. 결국 약물 허가와 별개로 모자보건법 등 후속 입법이 뒷받침돼야 이 회색지대가 온전히 정리된다는 점은 변하지 않습니다.


실무자 입장에서 정리하는 포인트

미프진 도입 이슈가 제약 실무자에게 주는 시사점은 이렇습니다.

  • '법 개정'이 아니라 '유권해석'으로 열린 문이라는 점을 기억하자: 이번 도입은 대체입법 없이 법제처 해석으로 우회한 케이스입니다. 후속 입법이 완결되지 않은 만큼, 향후 국회 논의 결과에 따라 허용 기준·관리 방식이 다시 흔들릴 여지가 있습니다. 정책 리스크가 상존하는 품목이라는 뜻이죠
  • 음성 유통의 '제도권 편입'이라는 시장 형성 논리: 그동안 지하에서 30만~50만 원대에 돌던 수요가 정식 시장으로 올라옵니다. 건보 등재 여부와 약가 산정이 실제 접근성과 시장 규모를 좌우할 핵심 변수입니다
  • 원내조제 → 약국조제 확대라는 유통 단계 설계: 초기 2년 원내조제 관리는 위해성 관리계획(RMP)과 맞물린 전형적인 '고위험 신규 도입 약물' 관리 모델입니다. 이후 약국 조제로 넘어가는 시점의 유통·공급 설계가 실무 관전 포인트입니다
  • 허가와 출시의 시차를 구분하라: 품목허가 완료가 곧 처방 개시는 아닙니다. 수입 안전성·품질 검사, 물량 확보, 건보 적용 절차까지 끝나야 실제 유통이 시작됩니다. 도입 일정을 볼 때는 '허가 시점'과 '유통 시점'을 반드시 나눠서 봐야 합니다

정리하면, 미프진의 정식 도입은 단순히 '새 약 하나가 들어온다'는 사건이 아니라, 7년간 방치된 입법 공백을 행정적 유권해석으로 우회해 국가 관리체계 안으로 끌어들이는 제도적 전환점입니다. 약 자체는 이미 세계 80여 개국이 쓰고 WHO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한 검증된 성분이었지만, 국내에서는 법의 빈자리 탓에 음성 유통에 내몰려 있었죠. 이번 발표로 이르면 내년 1분기부터 임신 9주 이내, 초기 2년 원내조제라는 신중한 방식으로 물꼬가 트이게 됐습니다. 다만 건보 적용·약가·미성년자 동의 같은 핵심 쟁점, 그리고 무엇보다 아직 완결되지 않은 모자보건법 후속 입법이 남아 있는 만큼, 이 이슈는 '허가'로 끝나는 게 아니라 이제부터가 본게임이라고 보는 게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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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최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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